외전: 메이드 라나 – 2
“두 분께서 정사를 마치셨습니다. 시작하세요.”
“명령 받들겠습니다, 라나 님.”
스물 다섯 명의 메이드가 아우로라의 침실로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메이드 군단은 우르르 하며 각자의 할 일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창문을 열어젖혀 방 안에 쌓인 더위와 퀴퀴한 냄새를 빼냈다. 그리고 지팡이를 이용해 엉망진창이 된 카펫 위에 마법진을 그렸다.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아우로라를 네 명이서 조심스럽게 껴안아 욕실로 데려간 다음, 젖은 이불과 침대보를 챙겨 방 밖으로 사라졌다.
비릿한 냄새가 사라지고 상쾌한 밤공기가 들어왔다. 서늘한 바람이 피부에 맺힌 땀을 스쳤다.
아우로라 덕분에 젖은 제복을 메이드들이 나누어 가져간 뒤, 흑색 제복을 내밀었다.
“새로운 옷입니다. 옷시중을 들어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예. 마음이 바뀌신다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제복을 건네며 옷시중도 제안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옷 입는 것까지 남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고 문 근처에서 메이드 군단에게 명령 내리고 있는 라나를 향해 걸어갔다. 바쁘게 돌아다니던 메이드들이 나를 보고 인사를 건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우로라와 나를 훔쳐보며 얼굴이 붉던 라나는 이제 평소의 완벽한 메이드로 돌아와 있었다.
침구류의 세탁과 아우로라의 목욕을 위해 사라진 메이드를 제외하고도 스물 가까이 되는 메이드가 라나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질문했다.
“그래서, 소감이라도 한번 얘기해줄 때가 되지 않았나?”
“……어떤 소감 말씀이십니까?”
“여태까지 실컷 봐놓고 모른척하기야?”
라나가 머쓱하게 시선을 돌리자,
“부끄러운 척 해봐야 소용없어. 아까까지 잘 보고 있었으면서.”
누군가가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흑발 흑안의 미녀였다. 라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움찔거렸다.
“대화에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 국서님. 나중에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메이드는 나에게 허리를 숙이고 라나를 노려보았다.
“라나님. 15시간 넘도록 폐하와 국서님의 밤시중을 들었다고 하여 칭찬해 주려 했는데, 구경만 하신 것이 사실입니까? 어떻게 두 분의 정사를 그저 지켜보신 것입니까?”
라나가 쩔쩔 매는 모습이 꽤 흥미로웠다.
“그만.”
팔을 걸어붙이려던 메이드가 사라졌다. 라나는 그 틈에 재빨리 내 뒤로 숨었다.
“그것이, 정말, 이신지요?”
“내가 거짓말이라도 하는 것 같아?”
메이드가 화들짝 놀라 머리를 조아렸다. 나는 그 틈을 타 라나의 옆구리를 툭 쳤다.
“그렇다. 황제 폐하의 더 많은 쾌락을 위해 국서께서 내가 지켜보라고 하셨다. 알아들었으면 하던 청소나 마저 하도록.”
무릎을 꿇은 메이드는 조급해 보였다.
“국서님께서 저희 메이드는 주인의 밤시중을 받들어야 할 영광스러운 의무가 있습니다. 그 영광을 내팽개치고 두 분의 정사를 구경만 하신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무례입니다.”
“내가 원해서 지켜보게 한 건데도?”
그녀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국서께서, 그러셨다는 말씀이십니까?”
“아우로라는 라나가 지켜보면 더 민감하게 반응하거든.”
“그렇다면, 그건 실수였습니다.”
“실수?”
“예.”
정말 어지간히도 부끄러운 실수인 모양이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슬슬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세계를 먹는 자가 들이닥치는 와중에 제 정력이 욕심이 나셔서 그것만 강화하고 있었던 겁니까?”
“……예.”
“그런데 그것마저 제대로 못 하셨고요?”
“…….”
이 허접 여신님에게 대체 어떤 반응을 보여줘야 할지 멍하니 있었다.